대도시에서 나타나는 열섬 현상의 원인 (제 2편)

서론

여름밤, 도심의 공기가 좀처럼 식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낮 동안 태양빛에 달궈진 도로와 빌딩, 끝없이 돌아가는 차량 엔진과 에어컨 실외기, 인구가 빽빽하게 모여 사는 환경은 도시를 거대한 열 저장소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렇게 형성된 더운 공기는 해가 져도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밤에도 후끈거리는 기온을 유지합니다. 이를 ‘열섬 현상’(Urban Heat Island) 이라고 하며, 대도시 미세기후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입니다. 열섬은 단순히 불쾌한 더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폭염 지속 시간을 늘리고,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며, 시민 건강과 도시 생태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문제입니다. 기후 변화로 전 세계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가운데, 열섬 현상은 더욱 강해지고 있으며 도시 거주민이 체감하는 기후 스트레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대도시에서 열섬 현상이 발생하는 과학적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왜 우리가 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본문

1. 열섬 현상의 정의와 특징

열섬 현상이란, 같은 시·군 내에서도 도심의 평균 기온이 주변 교외보다 높게 유지되는 기후 패턴을 말합니다. 이 현상은 특히 여름철에 두드러지며, 주·야간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낮에는 태양 복사열과 인공열이 결합해 기온을 급격히 끌어올리고, 밤에는 낮 동안 축적된 열이 서서히 방출되면서 기온 하락이 더뎌집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여름철 야간 도심 기온이 교외보다 최대 7~8℃ 높게 측정된 사례도 보고되었습니다.

2. 주요 형성 요인

(1) 포장재의 열 저장 효과
도심의 도로, 인도, 주차장에는 대부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사용됩니다. 이 재질들은 태양열을 흡수하는 비율이 높고, 저장된 열을 천천히 방출하는 성질을 가집니다. 낮 동안 축적된 열은 해가 진 뒤에도 계속 방출되며, 이 과정이 도시의 야간 기온을 높이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입니다. 특히 표면 색이 짙을수록 흡수율이 높아, 여름철 도심 아스팔트 표면 온도가 60℃를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2) 인공 열원의 지속적인 배출
도시는 하루 24시간 다양한 형태의 인공열을 생산합니다. 자동차 엔진, 버스와 트럭의 배기가스, 에어컨 실외기, 공장 설비, 지하철 환기구 등에서 꾸준히 열이 배출됩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냉방 수요가 급증해 전력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나는데, 이 에너지가 대부분 열로 변환되어 대기 중에 축적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대형 건물의 중앙 냉방 장치는 주변 공기 온도를 **최대 2℃**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3) 녹지와 수변 공간의 부족
자연환경은 도시 기온을 조절하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합니다. 나무와 식물은 증산작용을 통해 주변 공기를 식히고, 강이나 호수 같은 수변은 열을 흡수·완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대도시에서는 토지 개발 압박으로 녹지와 수변 공간이 줄어들어 이러한 자연 냉방 기능이 약화됩니다. 서울시의 경우 1인당 공원 면적이 약 5.4㎡로, 국제 권고치(9㎡)보다 훨씬 적습니다.

(4) 고층 건물 구조와 통풍 차단
고층 건물은 태양열을 반사·흡수하며 주변 기온에 영향을 줍니다. 또한 건물 배치와 높이 차로 인해 공기 흐름이 방해받고, 바람이 도시 내부로 원활히 유입되지 못합니다. 좁은 골목길에서는 바람이 거의 통하지 않는 ‘무풍 지대’가 생기며, 이곳은 낮 동안 축적된 열이 빠져나가지 않아 밤에도 더운 공기가 머물게 됩니다.

 

3. 열섬 현상을 가속하는 부가 요인

• 대기 오염물질의 복사열 흡수: 미세먼지와 대기 중 에어로졸은 태양 복사열을 흡수하거나 반사해 열이 대기층에 갇히게 만듭니다.
• 인구 밀집에 따른 에너지 소비 증가: 밀집된 인구는 곧 전력·가스 소비 증가로 이어지며, 이는 더 많은 인공열을 만들어냅니다.
• 교통 정체 구간의 국지적 온도 상승: 출퇴근 시간대 차량 정체가 심한 구간은 실제로 주변 기온이 평균보다 1~2℃ 높게 측정됩니다.

4. 도시 생활에 미치는 영향

열섬 현상은 단순히 덥다는 불편함에 그치지 않습니다. 폭염 지속 시간 증가로 인해 심혈관 질환, 열사병, 탈수 등 건강 문제가 더 자주 발생합니다. 또한, 냉방 장치 사용이 늘어나 전력 소비와 전기 요금이 급증하며, 이는 다시 더 많은 열 배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특히 노인, 어린이, 만성질환자는 열섬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취약 계층입니다.

 

결론

열섬 현상은 도시 구조와 생활 방식이 만든 인공적인 기후 변화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그늘막, 옥상 녹화, 도로 살수 작업 같은 생활형 대책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도시 계획 단계에서 녹지 확보, 반사율 높은 건축 자재 사용, 바람길 설계 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합니다. 열섬 현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도시가 이를 이해하고 대응할수록, 여름밤의 더위는 한층 완만해질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고층 건물이 기온과 바람에 미치는 영향을 다뤄보겠습니다.